7년간의 사랑 - 11부 3장_by 야설

7년간의 사랑 - 11부 3장_by 야설

G 다모아 0 7829 0 0

11부 3장




란과 은성가 만나는 시간이 많아졌다. 복학한 나는 과중한 리포트 때문에 많은 시간을 낼 수 없었다. 특히나 새로 제출해야 될 리포트 대부분이 프로그램이고 군대생활을 하고 돌아와 보니 컴퓨터언어는 이미 C+과 비쥬엘 베이직으로 진화되어 있었다. 비쥬엘 베이직이야 내가 하던 프로그램 언어라 쉽지만 C+는 군대가기 전에 많이 다루지 않던 언어라 많은 공부가 필요했다. 리포트의 대부분이 프로그램 작성으로 군입대 전에 만들던 허접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OS를 직접 만들거나 한글 같은 프로그램을 직접 만드는 것이라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자연히 난 많은 시간을 낼 수 없었고 란은 그런 나보다는 은성을 만나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가 유일하게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은 커피숍에서 일할 때뿐인데 그 시간에 내 곁에 있었던 여인은 임수경이였다. 첫인상부터 심상치 않았던 임수경은 남자를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는 여자였다. 향상 겸손하고 차분하며 자신의 일에 충실한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그녀는 란이처럼 당차고 자기주장이 강하지 안치만 부드러운 미소와 포근한 말씨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내 스스로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런 그녀에게 조금씩 마음이 빼앗기고 있었다. 




“저기 할 말 있어요.”


“말씀하세요.”


“저 이번 달까지만 하고 그만둘까 해요.”


“예! 왜요. 힘들어요.”


“힘든 건 아니고, 좀 부담 되서”


“부담 된다니 무슨 말이죠.”


“저..........그냥 그만두면 안돼요. 꼭 말해야 돼요.”


“잘하다 갑자기 그만 두겠다고 하니 물어보는 것이죠. 커피숍일이 힘든 것도 아니고 그럼 월급이 적어서 그래요. 수경씨라면 얼마든지 더 줄 수 있어요.”


“아니 예요. 내가 한 만큼 충분히 받고 있어요. 돈 때문에 그런 거 아니 예요.”


“아니 힘들어서도 아니다. 돈이 적어서도 아니다. 그럼 머가 문제지요.”


“...........”


“말씀을 하세요.”


“꼭 대답해야 되요.”


“다른 사람이라면 이런 말 하지도 않아요. 다만 수경씨가 지금까지 아무런 말썽 없이 잘해 오시다 이렇게 갑자기 그만두겠다고 하니 물어보는 것이죠. 수경씨도 대학 다니면서 아르바이트하기에 이곳만한 대 찾기 힘들어요. 4시30분이면 끝내주고 학교까지 제가 모셔다 드리고 월급이 적은 것도 아니고........그래서 이유를 듣고 싶은 거죠.”


“저.......수혼씨가 부담돼요.”


“예(?).........내가 부담 되다니............무슨 말씀이죠.”


“이왕 말을 꺼냈으니 말씀들이죠. 수혼씨가 절 바라보는 눈이 직원이나 동료가 아닌 다른 의미가 있는 걸 느껴요. 제가 란과 그렇게 친한 친구는 아니지만 친구의 애인을 가로챌 만큼 파렴치한 사람은 아니 예요.”


“...........”


그녀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내 감정을 그녀는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난 다만 그녀를 다른 여자들보다는 좀 특별하게 대하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란이와 사귀고부터 의식적으로 다른 여자에게는 존댓말을 하는 습관이 들었다. 그건 란이 외 다른 여자와 거리감을 두기위한 나 나름대로의 방법 이였다. 물론 임수경 그녀와 세달 가까이 같이 있었지만 한번도 그녀에게 말을 놓은 적이 없었다. 물론 그녀도 마찬가지다. 


난 다만 수경에게 가는 마음이 그냥 동료로서 그리고 상처받은 작은 새를 포근하게 감싸주고 싶은 그런 감정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가 그 말을 하자 펴듯 가슴속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또 다른 검정이 있다는 걸 알았다. 그건 란이와 5년을 넘게 사귀면서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다. 아니 조금은 비슷했다. 다만 란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보다 더 큰 폭발력을 지닌 감정의 분출 이였다.




“그........그래요. 내가 그런 식으로 대하던가요.”


“예. 제가 오해할 수도 있어요. 수혼씨는 사심 없이 대하는데 제가 착각해서 그렇게 느낄 수 있는 문제지만.........하여튼 마음이 편치 않아요. 친구에게 죄짓는 기분도 들고 말이죠. 그래서 그만두려고요.”


“알았어요. 제가 잘못 했군요. 하지만 저 때문이라면 그만두지 마세요. 제가 이곳을 그만 둘 수 없지만 수경씨가 앞으로 그런 감정 느끼지 않도록 조심할 께요.”


“제가 불편해서 그래요. 말없이 안나올 수도 있었지만 도의상 말씀드리는 게예요. 이미 그만 두기로 결정하고 말씀드리는 거니 무슨 말씀하셔도 변하지 않아요.”


“...........”


“다 말씀드린 거 같으니 제 할일 할 께요.


수경은 내말도 듣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할일을 찾아 일어났다. 잠시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말을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고 내 감정을 정리해 보았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다. 내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란이에 대한 감정이 가득해 다른 감정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이것이 남자의 이중성인가 보다. 




수경은 그녀의 말대로 그달 말 그만두었다. 떠나가는 그녀를 잡을 수 없었다. 란을 사랑한다고 굳게 믿으며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던 내가, 어떻게 그녀를 잡을 수 있겠는가. 이미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데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하겠는가? “너도 사랑 한다”고 그런 파렴치한 말은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떠나가자 공허했다. 가슴속에 커다란 구멍이 난 것 마냥 공허하고 허전했다. 옛날 란과 헤어졌을 때 느끼던 감정보다 더 큰 감정의 파도가 밀려왔다. 짧은 시간 많은 것을 빼앗겨 그 허전함은 더했는지 모른다. 




그녀가 그만두고 얼마 후 월급을 받기위해 커피숍에 다시 한번 왔다. 그녀를 보자 참고 억누르고 있던 감정이 폭발했다. 그녀에게 확인하고 싶었다. 그녀도 날 사랑하는지 묻고 싶었다. 그것을 확인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난 누나에게 커피숍을 맞기고 그녀를 차에 태워 한강으로 갔다. 그녀는 말없이 날 따라왔다. 우린 흘려가는 한강을 보면 나란히 섰다. 




“묻고 싶은 게 있어. 대답하기 싫어도 대답 해죠”


향상 존댓말을 쓰던 나의 말투가 변하자 그녀는 힐긋 날 보더니 다시 흘려가는 한강 물줄기로 눈을 돌린다.


“수경씨 말 듣고 많이 생각해 봤어. 내가 수경씨 좋아하다는 말 사실이더군. 사랑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아니 지금도 사랑해. 그래서 묻고 싶어. 수경씨도 날 사랑해.”


수경은 한강만을 바라보며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질문을 던진 나도 수경이 쉽게 대답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부담 된다는 거.......받아들이기 싫다는 의미가 아니지요. 말 그대로 상대방을 받아들이고 싶은데 무언가로 인해 받아들인 수 없다는 의미죠.........아마 수혼씨가 친구 애인이 아니라면 편했을 게예요.”


“말 돌리지 마. 빙빙 돌려 이야기하기에는 내 마음이 급해. 그냥 이야기해”


“돌리는 게 아니 예요. 어떻게 인간의 감정을 한마디로 표현해요. 제도 수혼씨 좋아해요. 친구애인만 아니라면 어떻게 해보고 싶은 상대죠.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말이 예요.”


“사랑한다는 건가. 사랑하지 않는다는 건가. 그것도 아니면 사랑할 수 없다는 건가. 말을 똑바로 해죠.”


“말하면........뭐가 틀려지죠. 수혼씨, 란이 버릴 수 있어요.......란이 버리고 나에게 올 수 있는 사람인가요. 제가 본 수혼씨는 그런 짓 못해요........수혼씨가 절 사랑하고 내가 수혼씨를 사랑한다고 해도 란이를 버리면서 까지 나에게 올 사람이 아니죠........수혼씨는 그런 사람 아닌 가요.”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다. 살아오며 누굴 배신하고 아프게 한 적이 없었다. 그녀의 말대로 그녀를 사랑한다고 해도 란을 버리면서 갈 만큼 자신이 냉정할 수 있을까? 아니 지금까지 자신을 믿고 사랑해준 란을 배신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 




“봐요. 수혼씨는 지금도 아무 말도 못해요. 수혼씨는 란이를 버리지 못해요. 내가 사랑한다고 말해도 나에게 올 사람 아니죠. 그러니까..........내 대답을 들으려 하지 마세요.”


“그런 건가. 후후후~~”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그녀의 말대로 난 그녀에게 대답을 들을 자격도 없는 사람 이였다. 




수경은 그렇게 대답도 하지 않고 떠나갔다. 멀어지는 그녀의 뒤 모습을 힘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내 자신이 비참해져 보였다. 난 란을 배신을 할 용기도 없었고 그녀를 잡을 용기도 없었다. 




며칠 후 난 수경에게 전화를 했다. 참을 수 없는 그리움에 전화를 하지 않으면 미칠 것만 같았다. 그녀에게 단 한번만 더 보자고 했다. 다시는 열락하지 않을 것이니 단 한번만 다시 보자고 했다. 그녀는 내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그녀와 목동에서 만나기로 하고 학교도 가지 않고 그녀를 기다렸다. 호프집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그녀가 왔다. 


하지만 그녀는 혼자가 아니 엇다. 그녀는 한 남자와 함께 호프집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인사해요. 이쪽은 조수혼, 그리고 이쪽은 과 동기예요.”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수경이에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수경이에게 무척 잘 해주셨다고 듣고 있었는데 오늘 만나게 되는군요.”


“앉으세요.”


그녀와 그 동기라는 남자는 무척이나 다정해 보였다. 같은 과 동기라고 생각하기에는 분위기가 이상했다. 사람은 상대방에게 무의적으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한국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서 서양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면 오해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건 우리나라 사람이 다른 사람을 대하는 거리와 외국인들이 다른 사람을 대하는 거리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보통 한국 사람들은 점포에 가서 물건을 고르고 흥정을 할 때, 무의식 적으로 한걸음 정도 떨어져 이야기한다. 또한 가까운 친구끼리라도 30Cm이상은 떨어져 이야기한다. 이 30Cm가 한국 사람들의 근친거리다. 다시 말하면 30Cm 이내로 접근을 허락하는 사람은 부모, 자식, 부인 그리고 연인사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이 거리가 우리나라 사람들 보다 가깝다. 점포에 가서 물건을 흥정해도 30Cm 이내로 접근해서 흥정한다. 근친거리가 틀리기 때문이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근친거리 이내로 접근된 상태였다. 혹시 그녀가 날 포기시키기 위해 남자를 대리고 왔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그들의 거리를 보고 둘이 최소한 연인사이는 아니더라도 아무 관계없는 사이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걸 보자 갑자기 가슴에서 뭉클한 것이 올라왔다. 나먹긴 싫고 남 주긴 아까운 것이 사람의 심리라지만 그녀와 그 남자를 보자 불같은 질투심이 올라왔다.




“머 먹죠. 향상 맥주 마시니 맥주 주문하죠.”


그녀가 날보고 말하지만 그녀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취하고 싶었다. 답답하고 꽉 막힌 기분을 바꾸고 싶었다.


“소주로 하죠. 요즘 새로 나온 레몬소주 좋다고 하던데.”


“수혼씨가 사는 거니, 알아서 주문해 주세요.”


그녀는 남에게 말하는 것처럼 이야기 한다. 가슴이 쓰리다. 난 안주와 레몬소주을 주문했다. 레몬소주가 나오자 쉬지 않고 먹기 시작했다. 취하지 않으면 내가 무슨 짓을 할 것만 같았다. 빨리 취해서 쓰려져 잠들거나 아님 평소 버릇대로 집에 가버리고 싶었다.




“천천히 드세요. 너무 빨리 마시는 것 같아요.”


“좀 취하고 싶어서.......근데 수경씨와 어제 만났어요.”


“학교에서 만났지요. 전자과는 기판 같은 거 가지고 많이 실습하는데 이 친구가 많이 도와주고 있지요. 리포트도 같이하고”


남자대신 수경이가 대답한다. 마치 남자의 대리인 마냥 남자 옆에 붙어서 말하는데 그 모습에 더욱 울화가 치민다.




“단순한 동기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요.”


“예! 저는 아닌데 수경씨가 자꾸 피해서 요즘 노력하고 있는 중이죠.”


그 남자의 면상에 주먹이라도 날리고 싶었다. 근데 내가 무슨 권한으로 그런단 말인가. 나와 수경이 사이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는가. 동기와 잘되기 빌어주어야 할 처지가 아닌가. 한심했다. 내가 그렇게 한심해 보이기기는 처음 이였다. 사랑하는 이를 앞에 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바보 같았다.




그때 호프집 문이 열리며 란과 은성이가 들어오고 있었다. 난 등을 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들어오는 걸 보지 못했지만 란과 은성이는 날 보았고, 그들은 우리테이블과는 다른 테이블에 앉았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껴기 때문일 것이다. 


좁은 목동 바닥에서 갈만한 호프집에 많치 않았다. 내가 들어갔던 호프집은 란과 그리고 친구들과도 자주 오던 장소였다. 


은성과 란은 이 시간에 학교에 있어야 할 내가 호프집에 있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한쪽으로 비켜준 것이다. 




그들을 보지 못한 나는 비참한 기분에 계속해서 술을 먹고 있었다. 내 앞에 병이 싸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도수가 약한 레몬소주라도 많은 양을 마시니 취하기 시작했다. 


수경은 나와 있으면서도 나보다는 동기 남자에게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 내가 술을 마시던 말 던 상관하지 않고 동기와 붙여서 둘이서만 속닥이고 있었다. 


한순간, 속에서 터져 나오는 울화와 많은 양의 알코올이 결합하며 나 처음으로 필름이 끊어져 버렸다. 살아오며 많은 술을 먹어도 한번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그날 사고가 난 것이다.




“야 이 새끼야. 너 머하는 새끼야. 수경이 내 여자야. 떨어져 앉지 못해”


“저 무슨 말씀이세요. 취하신 게 같은데 그만 일어나시죠.”


“머 취하기는 누가 취해 새끼야. 난 안 취해여. 사람 말이 말 같지 않아. 떨어져 앉으라는 말 못 들었어.”


“수혼씨 왜 이래. 정말 취해 나봐. 저기 란이 있단 말이 예요.”


“누구. 란.......그게 누군데.......수경아........너 알지 내가 사랑하는 거. 그러니까 저놈 말고 나한테 와. 어서 이리와”


“정말 왜 이래요. 란이 다 듣겠어요.”


“들으라면 들으라고 해. 내가 죄 졌어. 내가 널 사랑한다는 데. 지가 무슨 상관이야. 꺼져 버리라고 해. 그딴 애 이제 상관없어. 너만 있으면 돼. 그리니까 이리와 응, 그리고 너 이 새끼 넌 꺼져 버려.” 


“왜 애매한 사람에게 화내고 그래요. 수혼이 이런 사람 아니잖아요. 정신 차려요.”


“닥쳐. 그런 허율 따위 다 때려치워. 내가 하고 싶은 데로 할 꺼야. 내 마음 가는 데로 할 거라고.....”




내 목소리는 호프집에 쩌렁쩌렁 울렸다. 그날따라 손님이 만치 않던 호프집이라 더욱 크게 들렸을 것이다. 


내 말을 듣고 있던 란은 펑펑 울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은성은 참지 못하고 나에게 달려와 멱살을 잡고 밖으로 끌고 갔다. 밖에 나와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나는 은성에게 화풀이를 했고 은성은 가만히 날 내버려 두었다. 


은성도 날 만나면서 내가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다. 술에 취하면 스스로 일어나 집에 가버리는 녀석 이였다. 친구들이 아무리 더 먹자고 말려도 고집부리고 집에 들어가 버리는 녀석 이였다. 이렇게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 먹은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은성은 난동을 부리는 날 그대로 두고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호프집에서는 란과 수경이 한참 이야기하고 있었다.


“언제부터야.”


“란이야. 오해 하지 마, 수혼씨하고 아무 일도 없었어.”


“아무 일도 없었는데........저 사람이 저렇게 망가졌어. 내가 저 사람을 만나지 얼만데.......저런 모습 처음이야. 근데도 아무 일 없었어.”


“믿어 죠. 정말이야. 내가 친구 애인 가로챌 만큼 나쁜 애 아니라는 거, 너도 알잖아.”


“알아. 믿어. 그러니까 내가 소개했지. 근데 저 사람 저런 모습 보고는 믿지 못하겠어. 지금 날 보고 믿어 달라고.......지금 내 심정이 어떤지 알기나 해.”




두 여자의 대화를 듣고 은성이가 자리에 앉았다.


“란. 그만해. 내가 보기에도 수혼이 녀석이 잘못한 거지. 친구 분이 잘못 한거 같지는 알아.”


“머라구. 그럼 수혼이가 날 배신했다는 말이야.”


“저번에 수혼이에게 들었어. 자꾸만 자기 마음이 흔들린다고.......그러면 안 되는지 자기도 아는데 마음대로 안 된다는 말 들었어. 그게 오늘 터져 버린 모양이야.”


“그.......그럼 나 어떻게.......어떻게 해야 돼........은성아 나 어떻게”


“모르겠어. 저 녀석 쉽게 흔들리는 놈 아닌데.......아무래도 이번에 여기 있는 수경씨라는 분에게 단단히 빠진 거 같아. 쉽지 않을 것 같아.”


“너도 그렇게 생각해. 그럼 우리 아기 어떻게........어떻게 해야 되는데.......대답해봐 은성아. 그래도 네가 수혼이 가장 잘 아는 사람 아니야.”


“너도 잊어버려. 저놈 한 가지 일에 미치면 다른 거 안 보고 앞만 보고 달리는 놈이란 거 알잖아.”


“그.......그럼 애기는.......애기는 어떻게”


“지워버려. 널 생각해서라도 지워. 말 했지. 쉽게 돌아올 놈 아니라고. 아마 시간이 많이 걸릴 거야. 너에게 돌아온다고 해도 많이 기다려야 할 꺼야. 그러니까 지워.”


“흐흐흐.......꼭 그래야 돼.”


“응! 네일 나하고 같이 가자.............그리고 친구에게 사과해. 친구 분이 잘 못한 거 없어.”


“왜 네가 사과를 해. 못해. 다신 보지 않을 거야. 가 버려. 가. 내 눈 앞에서 살아져 버려”


“알았어. 갈께. 네게 사과 받고 싶은 생각은 없어. 하지만 미워하지는 마. 나도 조심하려고 노력했어. 수혼씨 마음 알고부터 정말 조심했어. 그것만 알아조.”


“듣기 싫어. 나가 그리고 다신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어찌 되었던 네가 상처를 줘서 미안해. 너 말대로 다신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 깨. 잘 가”


수경과 동기는 그 말을 끝으로 호프집을 나가 버렸다.




난 취하면 버릇이 있다. 앞서도 설명했지만 취하면 집에 가서 잔다. 그날도 은성이가 날 버려두고 호프집으로 들어가 버리자 본능적으로 집으로 와서 잠을 잤다. 


다음날 난 어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단지 생각나는 것은 수경 그리고 동기라는 남자와 함께 술 먹다 취해서 집에 온 기억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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